Classic Maritime Inc. v Limbungan Makmur SDN BHD & Lion Diversified Holdings BHD [2018] EWHC 2389

2019년 8월 1일

심상도

쟁점

항해용선자의 화물준비의무를 면책하게 하는 불가항력 조항의 적용기준 및 손해배상액 산정 원칙

1. 사건 개요

가. 계약 관계

2009년 6월 29일자 장기운송계약(Contract of Affreightment) 및 2014년 6월 30일 자 제1호 부속 No.1 추가합의서 (Addendum No. 1)에 의하여 피고 Limbungan makmur SDN BHD (“Limbungan”)는 용선자로서 원고인 선주 Classic Maritime에게 브라질의 Tubarao 또는 Ponta Ubu에서 말레이시아 Port Klang 또는 Labuan으로 운송할 화물 Iron Ore Pellet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

둘째 피고인 Lion Diversified Holdings BHD (“Lion Diversified”)는 용선자의 계약이행을 보증하였다.

· 피고는 Lion DRI Sdn Bhd (“Lion DRI”)의 자회사이며, Lion DRI는 Lion Diversified의 자회사 관계에 있다.

· 중요 계약 규정

제32조

“Exceptions

Neither the vessel, her master or Owners, no the Charterers, Shippers or Receivers shall be Responsible for loss of or damage to, or failure to supply, load, discharge or deliver the cargo resulting from: Act of God, … floods … accidents at the mine or Production facility … or any other cause beyond the Owners’ Charterers’ Shippers’ or Receivers’ control; always provided that such events directly affect the performance of either party under this Charter Party…”

나. 사실 관계

용선자는 모회사인 Loon DRI 와 Lion Group 의 말레이시아 관계사인 Antara Steel Mills Sdn Bhn (“Antara”)를 위하여 화물을 선적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는 바, 본 계약에서 2011년 8월부터 선적된 모든 화물은 화물공급자(채굴자) Samarco Mineracao SA (“Samarco”)가 Ponta Ubu항에서 공급한 화물이었다. 그런데 2015년 11월 5일 철광 채굴지인 브라질 Germano 산업지구내 Fundao dam이 붕괴로 채굴작업이 불가하였다. 용선자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의 5개 항차의 화물의 공급을 하지 않았다.

다. 청구 내용

용선자는 댐의 붕괴가 계약상 불가항력(force majeure)임을 주장하며 화물준비책임의 면책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선주는 용선자의 불가항력 규정의 원용을 부정하며 용선자의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액 US$20,400,000을 청구하였다.

2. 쟁점

가. 화물 미준비 (“No relevant arrangements”)

(1) 용선자 주장

Ponta Ubu에서 화물공급은 댐붕괴로 불가능하게 되었고, Tubaro에서 화물을 공급하는 Vale SA Vale는 본 댐붕괴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본건 화물을 공급할 수 없어서, 용선자는 본 계약상 화물을 공급할 수 없었다.

(2) 선주 주장

용선자는 화물을 제공하여야할 절대적이고 위임할 수 없는 의무(non-delegable obligation)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화물 공급자인 Samarco나 Vale와 아무런 화물공급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용선자는 다만 Lion DRI나 Antara의 화물지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하지 못한 이유는 댐의 붕괴가 아니라 Vale가 화물공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하는 못한 이유는 화물공급계획 (arrangement)이 없었기 때문이다.

용선자가 onta Ubu항에서 선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Tubarao항에서 화물준비가 가능하도록 필요한 다른 조치(alternative mode of performance)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준비가 되지 않을 경우에야만 불가항력(force majeure)를 주장할 수 있다.

관련 판례 (The Kriti Rex [1996], The Mary Nour [2008])를 볼 때, 화물준비의무라는 위임할 수 없는 의무를 부담하는 용선자가 그 화물공급자의 화물미공급으로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경우에는 이를 Frustration이나 용선자의 통제밖의 상황(“an event beyond the control of the charterer”)으로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3) 법원 판단 (원심 및 항소심 동일 판단)

용선자는 계약상 Ponta Ubu항 또는 Tubarao항 에서 선택적으로 화물을 준비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으므로, 댐 붕괴로 Ponta Ubu항에서 화물준비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Tubarao항에서 화물준비를 할 수 있도록 모든 합리적인 수단을 강구하여야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준비의 준비가 가능하지 않을 경우에 비로소 본 댐 붕괴가 용선자의 화물을 준비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보면, 당시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화물을 가지고 있던 Vales는 통상적으로 장기화물계약으로만 화물을 공급하는데 반해, 용선자는 이러한 장기화물계약을 추진하여 화물 공급을 시도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용선자는 Vale로 부터 화물을 공급 받기위하여 합리적 조치 (reasonable steps) 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비록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하더라도 Vale의 화물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Vale는 용선자에게 화물공급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 면책 (Exception) 규정 적용 (“but for” test)

(1) 선주 주장

본 계약서 제32조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result from”) 계약불이행을 그 적용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본건 댐 붕괴가 용선자의 계약이행에 직접적인 영향(“directly affect”)을 입혔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용선자는 댐붕괴가 없었더라면 (“but for”) 계약이행이 가능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2) 용선자 주장

제32조는 Contractual Frustration조항과 Exception 조항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GAFTA 100의 제21조 (“Contractual frustration”) 해석에 대한 판례 (Bremer Handelsgesellschaft v Westzucker [1981])에서 “but for” test의 적용이 인정되지 않았듯이, 본 건에서도 용선자가 제32조를 원용하기 위해서 관련 조문 (“resulting from”, “directly affect”)에 따라 댐 붕괴로 인하여 용선자의 의무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는 있을 뿐, 댐붕괴가 없었더라면 계약이행이 가능하였을 것이라는 점(“but for” test)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

(3) 법원 판단 (원심 및 항소심 동일 판단)

“Contractual frustration clause”(계약해지 조항)와 “Exception clause”(면책조항)는 그 효과면에서 차이가 있는 바, 전자는 향후 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후자는 계약이 유지되는 전제하에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효과가 있다. 계약해지 조항은 “but for” test를 필요로 하지 않는데, 그 조항의 성격상 그 적용이 계약의 frustration (이행불능) 판단에 있어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일방이 다른 이유로 어차피 계약이행을 하지 않을 때에도 면책조항상 사유의 발생을 이유로 면책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

제32조는 Contractual frustration조항으로 보이지 않고 Exception Clause로 해석되고, 본 조항의 “resulting from” 및 “directly affect”이라는 문언을 볼 때 댐 붕괴와 화물공급 중단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므로 용선자는 본조의 원용을 위해서는 댐의 붕괴가 아니었으면 화물의 공급이 가능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러 사정, 특히 댐붕괴전인 2015년 11월 5일에 용선자가 Samarco의 브라질 화물이 아닌 Vale의 오만 화물을 매입을 제안한 점 등을 고려하면, 용선자는 선주와의 COA의 의한 화물공급이 이미 불가능하였거나 또는 그 공급의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용선자는 화물준비를 못한 것과 관련하여 제32조로 항변할 수 없다.

다. 손해액 산정

(1) 용선자 주장

설사 용선자가 계약에 따라 화물을 준비하려고 하였다하더라도, 댐붕괴로 하여 용선자가 화물을 실제로 선적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을 것 (“non-breach hypothetical counter-factual position”)이다. 그렇다면 용선자는 어차피 제32조 규정의 의한 용선자의 면책을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선주는 상당한 손해액 (“substantial damages”)을 배상청구할 수 없다 (즉, 용선자의 계약위반 여부와 상관 없이 실제 화물선적은 댐붕괴로 여하간 불가능하였다).

(2) 선주 주장

손해액 산정의 원칙은 계약위반으로 인한 선주의 실제 (경제적) 상태와 계약이 위반없이 이행되었더라면 이루어졌었을 선주의 경제적 상태의 차이를 전보하는 것이므로, 선적하면 받을 수 있었던 5개 항차의 운임, US$19,862,573이 배상액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3) 원심 판단

(가) 배상액 산정기준 (“compensatory principle”)

용선자가 계약위반을 한 상태에서의 선주의 (경제적) 위치와 용선자가 계약을 이행하였을 때의 선주의 (경제적) 위치를 비교하여 그 차이를 전보하는 것이다.

(나)본건 배상액 산정 기준

본건에서 보다 현실적인 배상액 산정기준은, 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할 의지와 능력이 있었지만 댐붕괴로 화물을 준비하지 못하여였을 상황에서 선주의 경제적 지위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배상액 판정

설사 용선자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화물을 준비할 수 있었다하더라도 어차피 댐붕괴로 화물준비가 불가능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용선자는 제32조를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선주는 용선자로부터 명목상 손해액으로서 US$1에 대하여만 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

(4) 항소심 판단

(가)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다른 판례의 검토 (Anticipatory breach사례)

The Golden Victory [2007]과 Bunge SA v Nidera BV [2015]를 판례를 보면, 모두 Anticipatory Breach에 관련된 사건들로, 미래에 이행될 의무이행 위반에 대한 손해액 산정에 대한 문제로, 일방의 계약거절(repudiation)이 타방에 의하여 받아들여진 경우에는 그 거절이후에 발생된 사정 (전쟁 등)을 고려하는 것이 손해액 산정에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본건은 Anticipatory breach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실제 위반 (actual breach)에 대한 사건으로 그 위반의 성격이 다르다.

(나) 배상액 산정 기준

용선자가 위반한 의무의 성격, 즉 절대적 의무 (absolute obligation)의 위반은 점을 보면, 배상액 산정의 기준은 제1심 판단처럼 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할 의사(“willing”)와 능력(“able”)이 있는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없이, 화물을 준비하지 못한 (위반) 때와 화물을 준비하였을 때를 비교하는 것이다. 화물공급의 불가항력 여부는 용선자가 위반한 의무(절대의무)의 성격상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그 위반의 이유도 고려할 필요도 없다.

(다)결론

제1심에의 명목상 손해액 판정은 손해액 산정에 대하여 오랜기간 확고하게 하게 성립된 손해액 산정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제32조의 적용이 부정됨에도 불구하고 용선자는 손해배상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용선자는 절대의무위반의 책임을 부담하며, 제32조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용선자는 선주에게 미화19,869,573을 배상하여야 한다.

3. 평가

가. 일반

본 판결은 그 사실관계가 다소 복잡하여 증인 심문 등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사실관계 만큼 중요한 법적 쟁점이 있었는 바, 하나는 불가항력을 담은 면책규정의 적용기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손해액 산정원칙의 적용에 대한 것이다. 그간 판례상 면책규정과 계약종료 (frustration) 규정의 적용기준의 동일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본 판결에서는 이러한 점에 대하여 명확하게 그 적용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한편, 손해액 산정기준에 대하여는, 이미 성립된 산정기준 그 자체에 대한 판단이라기 보다는, 그 기준을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라는 것이 본 판결에 있었어 의의라 할 수 있다.

나. 면책규정의 적용기준 (“but for test”)

용선자측에서는 면책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면책사항(본 건에서는 댐붕괴로 인한 홍수)으로 화물준비라는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만을 입증하면 될 뿐임을 주장하였고, 선주측에서는 면책사항이 없었더라다면 계약을 수행할 수 있었다라는 점을 용선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면책규정의 적용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즉, 선주측의 주장은 면책사항이 용선자가 계약을 수행하지 못한 유일한 이유일 경우에만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로는 용선자는 댐붕괴와 상관 없이 어차피 화물을 준비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 및 항소심 법원은 동일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은 면책규정과 계약종료규정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계약종료규정은 그 규정된 상황의 발생으로 더 이상의 계약수행이 불가능하게 되어 계약자체가 종료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나, 면책규정은 계약종료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고 다만 관련 의무의 미이행에 대한 책임을 면책하는 것이라고 그 효과를 먼저 구별하였다. 생각컨대 계약종료규정은 소정의 상황발생으로 계약을 더 이상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양당사자들로 하여금 계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이 규정을 적용할 때 발생된 상황으로 더 이상의 계약수행이 가능한지 여부만 확인하면 될 뿐 그외 사항을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고려는 타당하고 또 양당사자에게도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면책규정의 경우에는 당해 의무이행에 대한 책임을 면책할 뿐, 계약 전체를 종료하게 하는 효과는 없으므로 면책규정이 규정한 상황의 발생과 그 의무불이행이 긴밀한 인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본 건처럼 어치파 계약위반을 의도한 계약일방이 면책규정상 상황의 발생으로 운이 좋게 그 위반에 대한 책임을 면책받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당연히 합리적이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다. 따라서 본 판결에서 판단, 즉 면책규정의 “but for test”가 적용되는 것은 타당한 판단으로 생각된다.

다. 손해산정기준 적용

영국법상 확립된 손해액 산정기준은 계약위반을 당한 일방이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 즉 계약이 위반없이 이행되었었더라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보전하여 주는 것이다. 본 판결도 이러한 확립된 손해액 산정기준에 대하여 재확인을 하였을 뿐, 본 기준에 대한 변경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기준의 적용에 대하여, 원심과 항소심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원심의 경우, 용선자가 계약을 이행하려고 하였다하더라도 (즉 의도와 능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댐 붕괴로 현실적으로 화물준비가 불가능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용선자는 면책규정을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었으므로 용선자는 명목상 손해액 (미화 1)외에는 그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이와는 사뭇 다른 바, 즉 화물준비의무는 그 성격상 절대적 의무이므로, 용선자가 그 화물을 준비하지 못한 이유 및 불가항력적 상황에 대한 고려는 필요가 없으며, 다만 화물을 준비하지 못한 그 자체가 계약위반으로, 용선자가 계약을 이행하였더라더면 선주는 미선적분에 대한 운임을 취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용선자는 운임 상당액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항소심은 이와 관련하여, 계약 위반 후 미래의 발생상황 (계약해지 상황)을 고려하여 손해액을 판단한 이른바 Anticipatory breach 관련 판결과 실제 위반 (actual breach)이 발생한 본건을 구별하였다.

원심과 항소심 판결의 결정적이 차이는, 원심은 손해액 판단 기준을 용선자가 계약을 수행하려고 했을 때 용선자가 누릴 수 있었던 면책규정의 적용까지 감안한 (극히) 현실 추정적인 상황판단을 한 반면, 항소심의 경우에는 용선자의 절대의무 위반으로 그 위반에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계약위반 상황과 계약이행 상황에 대한 비교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각각의 판단은 모든 손해액 산정기준에 자체에 대하여는 다른 의견이 없으나, 그 적용에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 현실적인 상황을 추정하여 고려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계약이 위반된 상태와 계약이 이행된 상태의 간극을 전보하는 것이라는 손해배상산정 대원칙하에, 원심은 아주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함으로서 설사 용선자가 계약을 수행하려고 했어도 어치피 댐붕괴로 불가능하였고 그렇다면 면책규정을 이유로 면책이 가능하므로, 결과적으로 선주는 아무런 화물을 선적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항소심은 화물미준비라는 불이행이 발생하면 그 것이 위반된 상태이므로 그외 고려는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생각컨대, 원심의 판단은 계약 위반사항을 고려할 때 이미 적용이 부정된 면책규정을 손해액 산정시에는 그 적용을 인정하므로서, 면책규정의 적용에 다소 혼돈을 유발하고 있다. 또 화물준비라는 절대의무의 위반상태를 파악함에 있어서 용선자의 의도 및 능력을 그 의무이행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악하므로서, 절대의무의 성격 즉, 고의 또는 과실을 고려하는 않는 위반판단에 대한 그 적절성이 의문시 된다. 한편, 항소심의 판단은 현실적인 위반 (actual breach) 사건임을 들어 사후에 발생된 상황을 손해액 산정에 고려한 anticipatory breach 관련 판례와 본 사건을 구별하며 면책상황의 추정적 발생을 손해액 산정에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판단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또한 항소심 판단은 절대의무의 위반이라는 간명한 사실판단만을 가지고 손해액을 산정하였는 바, 손해액 산정원칙은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용선자가 실제로 누릴 수 있었던 경제적 상황으로 손해를 보전하는 바, 만약 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하려고 하였다하더라도 댐붕괴로 화물준비가 불가능하였다면, 선주는 어치피 선적될 화물의 공급을 받지 못할 것이고 이에 대하여 용선자의 면책주장으로 배상청구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용선자가 댐붕괴 전에 이미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선주가 상당한 손해액 배상청구권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손해액 산정원칙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즉, 원심의 판단은 좀 더 예측가능한 복잡한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극히 현실적인 손해액 산정을 추구한 것으로 보이며, 항소심 판단은 절대의무라는 성격하에 비교적 간명하게 그 위반상태를 파악하여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사견으로는 손해액 산정원칙이 계약위반을 당한 상대방에게 그가 향유할 수 있었던 가장 현실적인 경제적 손실의 전보를 하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그 적용에 다소 복잡한 면이 없지 않지만 원심의 판단이 더 손해액 산정원칙 충실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경우 혹 제기될 수 있는 이중의 면책규정의 적용에 대하여는, 위반 판단을 위한 면책규정의 적용검토와 손해액 사정의 위한 면책규정의 적용검토는 엄연히 서로 독립적이므로 각각의 면책규정의 적용에 대한 검토는 타당하며 이를 면책규정의 이중적용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항소심의 판단은 그 적용이 간단한 장점이 있지만, 과연 손해액 사정원칙에 완벽하게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끝.

(* 본 건은 대법원으로의 상고가 불허되어 항소심 판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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